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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딜레마,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공리주의 vs 칸트

by 아카이브지기 202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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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딜레마,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공리주의 vs 칸트
트롤리 딜레마 상황을 설명하는 사고 실험 그림 – 다섯 명과 한 명 사이의 도덕적 선택

이 이미지는 철학적 사고 실험인 트롤리 딜레마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차가 한 명 또는 다섯 명 중 누구를 향해 갈지를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 상황을 상징합니다.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어떨까요?

"당신 앞에 다섯 명이 묶여 있는 철로가 있어요. 기차가 달려오고 있고 멈추지 못해요. 그런데 옆길로 틀면, 다른 한 명이 그 선로에 묶여 있어요. 당신이 레버를 당기면 다섯 명은 살지만, 그 한 명은 죽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질문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셨죠? 이게 바로 철학에서 말하는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 단순하지만 뼈아픈 선택의 문제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한 사람을 희생해서 다섯 명을 살리는 게 옳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애초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더 도덕적인 행동일까요?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진짜로 어떻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는 어떤 철학이 깔려 있을까요?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볼게요.



트롤리 딜레마 상황을 장난감 기차로 재현하며 고민하는 어린아이의 모습

한 아이가 장난감 기차 선로 위에서 트롤리 딜레마 상황을 설정하고 진지하게 선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윤리적 판단은 어린아이조차 본능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질문입니다.


트롤리 딜레마란?

트롤리 딜레마는 원래 1967년 영국 철학자 필리파 푸트(Philippa Foot)가 제기한 사고 실험이에요. 이후 하버드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나 책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죠.


기본 설정은 이렇습니다. 기차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추지 못한 채 직진 중이고, 앞에 다섯 명이 작업 중입니다. 하지만 옆 선로로 방향을 바꾸면 한 명이 죽게 됩니다.


당신은 기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레버 앞에 서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실 건가요?


이 질문은 단순히 ‘죽고 사는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도덕적 판단의 본질을 묻는 것이죠.



공리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초상 사진

존 스튜어트 밀은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공리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하며 도덕적 판단 기준을 결과에 두었습니다. 트롤리 딜레마 속 선택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공리주의: 최대 다수를 위한 최대 행복?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한 명이 희생되더라도 다섯 명이 사는 게 낫지 않나?”라고 답합니다. 이런 생각은 철학적으로 ‘공리주의(Utilitarianism)’에 가까워요.


공리주의는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이 대표적입니다. 핵심은 간단해요.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큰 이익(또는 행복)을 주는 선택이 옳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다섯 명을 살리는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도덕적이라고 보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엔 의문이 따라요. ‘도덕’이 정말 숫자의 문제일 수 있을까요? 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한데, 단지 다수라는 이유로 소수를 희생시켜도 되는 걸까요?



도덕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초상화 – 의무론 윤리를 대표하는 사상가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은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한다는 도덕 철학의 기준을 제시한 사상가입니다. 그의 의무론 윤리는 트롤리 딜레마 상황에서 인간 존엄성과 선택의 원칙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칸트: 인간은 절대로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이런 공리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입니다.


칸트는 말합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절대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트롤리 딜레마에서 한 명을 죽이고 다섯 명을 살리는 선택은, 그 한 사람을 ‘살아남을 다섯 명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죠. 칸트 윤리에 따르면, 그건 도덕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즉, "사람을 죽이면 안 되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는 게 맞다"는 것이 칸트의 입장입니다.


놀랍게도, 사람들에게 “당신이 직접 한 사람을 밀어서 다섯 명을 살릴 수 있다면?”이라고 묻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그건 못하겠다”고 말해요.


이 경우, 사람들은 뇌의 감정영역을 활성화시키고, 이성적 계산보다는 감정적 윤리(의무론)로 판단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도덕적 결정을 앞둔 사람이 갈림길에서 방향을 고민하는 장면 – 트롤리 딜레마의 선택을 상징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는 정답이 아닌 '선택의 이유'가 중요해집니다. 이 이미지는 트롤리 딜레마처럼 인간의 도덕 기준이 시험받는 갈림길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어떻게 선택할까?

실험에 따르면 트롤리 딜레마에서 90% 이상이 선로를 바꾸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실제로 뇌의 전전두엽 피질(DLPFC), 즉 계산적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반면, 사람을 직접 밀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행동을 하지 않으며, 이때는 감정을 담당하는 VMPFC(복내측 전전두피질)가 활성화됩니다.


즉, 간접적으로 개입할 때는 계산, 직접적으로 타인을 해치는 상황에서는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거죠.


이건 흥미롭지만 동시에 무섭기도 합니다. 우리가 늘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황과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기관차가 다가오는 철로 위에 묶인 여성 – 도덕적 딜레마와 트롤리 문제의 상징적 장면

이 이미지는 트롤리 딜레마의 극적인 상황을 시각화한 장면입니다. 철로 위에서 생명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대표적 도덕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도덕은 감정일까, 이성일까?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고민을 해왔어요.


공리주의는 결과 중심, 칸트 윤리는 행위 자체 중심입니다.


공리주의는 효율성과 수치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널리 퍼졌지만, 그로 인해 개인의 존엄성과 감정이 무시될 위험도 커졌죠.


칸트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강조했지만, 현실에서 감정과 상황의 복잡성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바다 위에 서 있는 두 방향표지판 – 오른쪽에는 'Nothing Left', 왼쪽에는 'Nothing Right'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장면

이 이미지는 '무엇이 옳은가도 없고, 무엇이 남은가도 없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실존적 혼란과 선택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선택할까?

만약 철로 위 한 명이 내 가족이라면? 또는 다섯 명 중에 악당이 포함되어 있다면? 정말 생각이 복잡해지죠.


사람은 감정도, 이성도, 관계도 모두 품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하나의 철학만으로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에요. 바로 그 과정이 윤리적 인간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윤리적 선택과 도덕적 가치 기준을 상징하는 고풍스러운 나침반과 지도 이미지. 나침반 주변에는 공정성, 부패, 인간성, 책임 등의 단어가 적혀 있음.

이 이미지는 '어떤 방향이 옳은가'를 끊임없이 묻는 인간의 윤리적 고민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진실성, 공정성, 책임, 부패 등 다양한 가치가 나침반 위에서 교차하며 우리의 선택을 시험합니다.


이제 정리하자면,

사람의 도덕이라는 건 참 묘하죠. 누군가는 "이게 맞다" 하고, 또 누군가는 "그건 절대 안 돼"라고 말하잖아요. 하지만 결국 우리가 내리는 모든 도덕적 판단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요.


“도덕은 정답이 아니라, 끝없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그 자체입니다.” 정해진 공식이 있는 수학문제와는 달리, 도덕은 매 순간 우리의 감정과 이성,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하고 자신만의 윤리 기준을 떠올렸다면,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시작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딱 떨어지는 답은 없어도 괜찮아요. 우리는 모두 그런 고민을 하면서 조금씩 더 깊어지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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