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어떻게 범죄의 소굴이 되었나 -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한 나라의 비극
"취업 박람회에 다녀올게요." 이 평범한 말을 남기고 떠난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채 발견됐어요. 2025년 10월 현재, 캄보디아는 납치와 감금, 온라인 사기의 중심지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한때 앙코르와트의 신비로움으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이 나라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요? 그 속에는 우리가 몰랐던 비극적인 역사와 구조적인 문제들이 숨어 있어요.
캄보디아 범죄 단지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에요. 1970년대 킬링필드라는 끔찍한 학살을 겪은 이 나라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잃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사회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고, 교육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살해되거나 추방됐죠. 이런 상처 위에 4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한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패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어요.
🏛️ 비극의 시작, 킬링필드와 그 후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루주 정권은 캄보디아를 피로 물들였어요. 지식인, 교사, 의사는 물론 안경을 쓴 사람까지도 '부르주아'라는 이유로 처형됐습니다. 무려 150만에서 300만 명이 학살당한 이 시기를 우리는 '킬링필드'라고 불러요. 이건 단순한 학살이 아니라 한 나라의 미래를 통째로 지워버린 비극이었죠.
킬링필드가 끝난 뒤에도 캄보디아의 고통은 계속됐어요. 베트남의 지원을 받은 세력이 권력을 잡았고, 그 중심에 있던 사람이 바로 훈 센이에요. 크메르 루주 출신이었던 그는 베트남으로 망명했다가 돌아와 1985년부터 총리 자리를 지켰습니다. 2023년 아들 훈 마넷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기 전까지 무려 38년간 집권하면서 사실상의 독재 체제를 구축했죠.
그렇다고 베트남이나 훈 센 정권이 나라를 제대로 재건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했고, 정부 부처 곳곳에 부패가 만연했습니다. 2024년 기준 캄보디아의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158위예요.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붕괴된 상태고, 경찰과 공무원은 뇌물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게 일상이 됐죠. 이런 토양 위에서 범죄 조직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거예요.
🇨🇳 중국 자본의 유입과 범죄의 결합
2010년대 들어 캄보디아에 큰 변화가 찾아왔어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막대한 중국 자본이 쏟아져 들어온 거죠. 겉으로는 인프라 투자와 경제 발전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어요. 중국 본토에서 단속을 피해 도망친 범죄 조직들, 특히 삼합회 같은 조직 범죄 세력이 함께 들어온 겁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 내 범죄 조직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시작하자, 이들은 규제가 약하고 부패한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어요. 그중에서도 캄보디아는 최적의 장소였죠. 친중 성향의 훈 센 정권은 중국의 지원이 절실했고, 중국은 막대한 투자로 캄보디아를 사실상 경제적 속국으로 만들었습니다. 2016년 시진핑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2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군사 협력까지 강화했어요.
특히 시아누크빌이라는 해안 도시는 중국인들의 카지노 천국으로 변모했어요. 한때 1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이 살았고, 163개의 카지노 중 91개가 이곳에 몰려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관광과 카지노 사업이었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도박, 보이스피싱, 마약 거래 등 각종 불법 활동의 온상이 됐죠. 중국인 투기꾼들이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집값이 부산보다 비싸질 정도였어요.
⚠️ 범죄 단지의 실체와 피해자들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실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잔혹해요. 높은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 전기 방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겉으로 보기엔 번듯한 회사 건물이나 호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200명이 넘는 무장 경비가 지키는 감옥이나 다름없어요.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죠. 2022년 1건, 2023년 17건이었던 게 2024년엔 220건으로 폭증했고, 2025년 8월까지만 330건이 접수됐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수익 일자리 광고에 속아 캄보디아로 오게 돼요. IT 업무만 하면 월 800만 원에서 1500만 원을 준다는 달콤한 제안이죠. 어떤 이들은 취업 박람회, 무역 회담 같은 그럴듯한 명목으로 초대받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을 빼앗기고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건물에 감금돼요. 거부하면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로 구타당하고, 기절하면 물을 뿌려 깨운 뒤 다시 폭행이 시작되죠.
이들이 강요받는 일은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암호화폐 사기 같은 온라인 범죄예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며 할당량을 채워야 하고, 실적이 나쁘면 고문과 폭행이 기다립니다. 더 끔찍한 건 일부 피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유인하는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는 거예요.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2025년 6월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역에 최소 53개의 범죄 단지가 있지만, 실제로 폐쇄된 곳은 단 2곳뿐이에요.
💔 정부와 권력층의 유착, 그리고 희망의 불씨
가장 큰 문제는 캄보디아 정부와 권력층이 이런 범죄 조직과 깊이 연루돼 있다는 거예요. 훈 센 가문의 기반 사업인 후이원 그룹은 범죄 자금을 세탁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훈 센의 조카 훈 토가 대주주인 후이원 페이는 2021년 창사 이래 27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는데, 이는 캄보디아 1년 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미국은 2025년 10월 이 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어요.
범죄 단지를 운영하는 중국인들도 캄보디아 권력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프린스 그룹의 천즈 회장은 훈 센 전 총리의 장관급 고문이었고, 적십자사에 거액을 기부하며 자선가 행세를 했습니다. 훈 마넷 현 총리의 여름 별장 맞은편에도 범죄 단지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예요. 캄보디아 경찰은 뇌물 없이는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범죄 조직의 편을 들어 피해자들을 단지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어요. 2025년 들어 국제 사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거든요. 미국과 영국은 프린스 그룹과 후이원 그룹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발표했고, 미국 법무부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몰수 소송을 제기했어요. 한국 정부도 외교부, 경찰청, 국정원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단을 현지에 파견했고,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캄보디아의 비극은 한 나라가 역사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부패한 권력과 외세의 이익이 결탁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예요. 킬링필드에서 시작된 고통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하지만 국제 사회의 압력과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 그리고 정의를 위한 노력들이 모여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앙코르와트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캄보디아 사람들이 다시 평화롭게 살아갈 그날이 오길,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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