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들롱 - 교도소 옆집에서 자란 소년이 세계 최고 미남이 되기까지
유모차에 "만지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붙여야 했던 아기가 있었어요. 너무 잘생겨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만지려고 해서 어머니가 할 수 없이 붙인 팻말이었죠. 그 아기가 바로 알랭 들롱이에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아기의 인생은 동화가 아니라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었답니다. 2024년 8월 18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MZ세대 여러분은 알랭 들롱을 모르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미남"의 대명사였던 전설적인 배우랍니다. 1960-1970년대 한국에서 잘생긴 배우 신성일을 "한국의 아랭 드롱"이라고 불렀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랭 드롱'이라는 일본식 발음으로도 불렸는데, 이게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어요.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거죠. 지금부터 이 전설적인 배우의 놀라운 인생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까요.
👶 동화 같지 않았던 어린 시절
1935년 11월 8일, 프랑스 파리 교외 소(Sceaux)에서 알랭 들롱이 태어났어요. 아기 때부터 정말 잘생겨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24시간 10명 이상이 졸졸 따라다녔대요. 어머니는 산책 나갈 때마다 유모차에 '만지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붙여야 했고요. 알랭은 너무 어려서부터 이런 일이 일상이었다 보니 그게 이상한 줄도 몰랐다고 해요. 하지만 이 예쁜 아기의 운명은 순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4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더 충격적인 건 이혼한 부모가 각각 재혼했는데, 아무도 알랭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결국 그는 교도관에게 입양됐고, 파리 교외 프레네스 교도소 바로 옆집에서 살게 됐죠. 어린 알랭은 때때로 사형수들을 처형하는 일제사격 소리를 들으며 자랐어요. 동화 같은 시작과는 너무나 다른 유년기였죠. 양아버지마저 사망하자 그는 다시 재혼한 어머니에게 돌아갔어요.
🏫 문제아에서 군인으로
계부와의 관계는 좋지 않았어요. 부모는 알랭을 가톨릭 기숙학교에 보냈지만, 그는 행실 불량으로 무려 6번이나 퇴학 처분을 받았어요. 학교를 옮겨 다니며 문제아로 낙인찍혔죠. 재미있는 건 일부 교사들이 신학에 대한 알랭의 적성을 알아보고 사제가 되라고 권유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알랭은 14살에 학교를 완전히 떠나 계부의 정육점에서 일했어요. 정육점 일에도 적응하지 못한 그는 결국 17세에 프랑스 해군에 입대했답니다.
처음에는 해군 통신학교 기간병으로 근무했어요. 그런데 복무 중에 절도를 저지르다 발각됐어요. 불명예 전역과 군 복무 연장 중 선택해야 했는데, 그는 복무 연장을 택했죠. 1953-1954년에는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중인 베트남 사이공 해군기지 경비중대 무전병으로 파병됐어요.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를 일으켰어요. 부대 지프를 훔쳐 근무지를 무단이탈해서 영외로 여행을 떠났다가 운전 미숙으로 차량을 강물에 빠뜨렸거든요. 결국 11개월간 군 교도소에 수감됐고, 1956년 해군 상병으로 불명예 전역했답니다.
✨ 운명의 전환점 - 칸 영화제
불명예 전역 후 세계 각지를 떠돌던 알랭은 1956년 파리로 돌아왔어요. 돈을 벌기 위해 웨이터, 짐꾼, 비서, 점원 등 온갖 잡일을 하며 생활했죠. 이때 여배우 브리지트 오버와 친분을 쌓게 됐어요. 그리고 인생을 바꿀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어요. 오버와 함께 칸 영화제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미국의 유명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에게 발탁된 거예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바로 그 제작자였죠.
스크린 테스트 후 셀즈닉은 알랭에게 영어 교육을 제공하고 할리우드 계약을 제안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수락했을 거예요. 하지만 알랭은 거절했어요. 파리로 돌아온 그는 프랑스의 이브 알레그레 감독을 만났고, 고국에서 경력을 쌓으라는 충고를 받아들였죠. 셀즈닉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1957년 알레그레 감독의 영화 '여자가 다가올 때'로 데뷔했어요. 이 선택이 그를 전설로 만들었답니다.
🎬 '태양은 가득히'로 세계적 스타에
'사랑은 오직 한 길',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같은 로맨스 영화로 인기를 얻던 알랭은 1960년 운명의 작품을 만나요. 바로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예요. 이 영화에서 알랭은 신분 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힌 가난한 청년 톰 리플리 역을 맡았어요. 다부진 몸매, 매혹적인 눈빛, 위험한 매력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죠.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개봉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수없이 리메이크됐어요.
이 작품의 원작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레즈비언이었는데, 알랭의 연기를 극찬했어요. 두 사람은 평생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요. 알랭 본인도 여러 인터뷰에서 '태양은 가득히' 덕분에 스타가 됐다고 인정했어요. 자신의 최고 출연작을 꼽을 때 항상 이 작품을 포함시킬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죠. 이후 그는 서늘하고 퇴폐적인 특유의 매력으로 주로 누아르 영화에 출연하며 '프렌치 누아르'의 전성시대를 열었답니다.
🎭 프렌치 누아르의 아이콘
푹 눌러쓴 중절모, 깃을 세운 트렌치 코트를 입고 범죄자를 연기하는 알랭의 모습은 완벽했어요. '한밤의 암살자', '시실리안', '암흑가의 두 사람', '암흑가의 세 사람', '볼사리노', '고독한 추적'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했죠. 워낙 범죄자나 악역을 많이 맡다 보니 죽는 역할도 정말 많았어요. 실제로 어렸을 때 교도소 옆에서 자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밑바닥 인생을 연기할 때 더 진실되게 느껴졌어요.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알랭 들롱은 미남이지만 왠지 풍기는 분위기가 천하다. 그런 만큼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면 매력이 살아난다"고 평가했어요.
그는 1957년 영화계 데뷔 이후 50여 년간 9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고, 그중 80여 편에서 주연을 맡았어요. 24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했고, 2편의 영화에서는 감독도 맡았죠. 1991년 프랑스 정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고, 199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명예 황금곰상, 2019년 칸국제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어요. 그야말로 프랑스 영화사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답니다.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스캔들
1969년 1월, 프랑스 전체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어요. 알랭의 경호원 스테판 마르코비치가 의문사했는데, 그가 남긴 유언에 "내가 죽으면 알랭 들롱과 프랑수아 마르칸토니 때문"이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마르칸토니는 코르시카 마피아 갱스터였어요.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알랭은 전날 12시간에 이어 다음 날도 24시간 조사를 받았어요. 감기에 걸렸지만 출석해야겠다며 경찰서로 향한 그의 모습을 취재진과 행인들이 에워쌌죠.
더 충격적인 건 이 사건이 프랑스 영부인까지 연루된 섹스 스캔들로 번졌다는 거예요. 마르코비치가 상류층 유명 인사들을 대상으로 유흥 파티를 조직했고, 그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몰래 촬영해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어요. 당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부인 클로드 여사가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진까지 돌았죠.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결국 알랭은 무혐의로 풀려났어요. 하지만 이 스캔들은 평생 그를 따라다녔답니다.
🌹 화려했던 연애사
알랭은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와의 로맨스로도 유명해요. 질투와 불륜 혐의로 타블로이드를 가득 채웠죠. 공공연한 양성애자였던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뮤즈 중 한 명이기도 했고, 둘이 연인 관계였다는 소문도 파다했어요. 1964년 결혼한 나탈리 들롱과의 사이에서 아들 앙토니를 얻었지만 1969년 이혼했어요. 이후 유명 가수 니코, 여러 여배우들과 관계가 있었죠. 1987년부터는 21살 연하의 네덜란드 모델 로잘리 판브레멘과 15년간 동거하며 딸 아누슈카와 막내아들 알랭 파비앵을 얻었어요.
하지만 그의 사생활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어요. 파트너 로잘리를 폭행해 갈비뼈와 코뼈를 부러뜨린 사건이 공개돼 크게 비난받았거든요. 숱한 폭력 사건에 연루됐고, 말년에는 불법 총기 수집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어요.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의 친구이자 후원자임을 자처했고, 공공연히 동성애 혐오 발언도 했죠. 1999년에는 프랑스의 사회주의 분위기에 염증을 느낀다며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한동안 스위스에서 살기도 했어요.
🇰🇷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알랭 들롱은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어요. 1996년 자신의 이름을 딴 코냑과 화장품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거든요. 팬 사인회를 가졌는데, 당시 엄청난 인파가 몰렸대요. 1960-1980년대를 풍미한 우리나라 배우 신성일이 '한국의 아랭 드롱'으로 불렸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그의 이름은 한국에서 미남의 대명사였어요. 2007년에는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 배우에게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시상하기도 했어요. 기억나시나요.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알랭 들롱은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하나의 시대였어요. '태양은 가득히' 주제곡을 들으며 영화를 보던 그 시절의 감성, 프렌치 누아르의 서늘한 매력에 빠져들던 그 순간들이 모두 알랭 들롱과 함께 있었죠.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의 이름을 들으면 청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고 해요. 그만큼 한국 영화 팬들에게도 특별한 존재였답니다.
🌅 마지막 장면
2019년 5월, 알랭은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어요. 진보 진영에서는 그의 극우 성향과 동성애 혐오 발언을 이유로 반대 서명운동을 펼쳤지만, 영화제는 물러서지 않았죠. 시상식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어쩌면 사후에 받을 헌사를 지금 받는 것 같습니다. 나는 곧 떠날 것이지만,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떠나야겠습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발언이었어요. 3개월 뒤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을 되찾기에는 늦은 나이였어요.
알랭과 아들들은 증세가 심각해지면 안락사를 받아들이겠다고 언론에 밝혔어요. 2024년 8월 18일, 그는 프랑스 두쉬의 자택에서 세 자녀 앙토니, 아누슈카, 알랭 파비앵과 반려견 루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어요. 향년 88세였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들롱은 스타 그 이상, 프랑스의 기념비적 존재"라며 "그의 잊을 수 없는 얼굴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추모했어요.
💰 죽어서도 화제인 남자
알랭의 유산은 약 5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812억 원으로 추정돼요. 2015년 첫 유언장에서는 재산의 절반을 딸 아누슈카에게, 나머지 절반을 두 아들에게 각각 25퍼센트씩 분할 상속하도록 했어요. 그런데 2022년 11월 작성한 두 번째 유언장에서는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인격권을 딸 아누슈카에게 집중적으로 부여했죠. 막내아들 알랭 파비앵은 부친이 해당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충분한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2025년 9월 초 파리 법원에 유언장 무효 소송을 제기했어요.
현재도 자녀들 간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에요. 죽어서도 화제를 모으는 남자, 그게 바로 알랭 들롱이에요. 생전에도 스캔들의 중심이었고, 사후에도 유산 분쟁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죠. 어쩌면 이것도 그다운 마지막일지 모르겠어요. 평범하지 않았던 삶,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인생을 살다 간 그답게 말이에요.
✨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알랭 들롱의 인생을 돌아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유모차에 팻말을 붙여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아기가 교도소 옆에서 자라고, 6번 퇴학당하고, 군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결국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됐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스캔들과 논란의 중심에 섰고, 폭력과 극우 성향으로 비난받기도 했죠. 완벽한 외모 뒤에 감춰진 복잡한 인간의 모습이었어요.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진, 영화 속 캐릭터처럼 입체적인 인물이었죠.
하지만 그의 영화는 영원히 남을 거예요. '태양은 가득히'의 그 서늘한 눈빛, 프렌치 누아르의 아이콘으로서 남긴 수많은 명작들,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색바래지 않을 테니까요. 미남이든 아니든, 잘생겼든 못생겼든, 결국 우리 모두는 떠나지만, 남기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예요. 알랭 들롱은 분명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남기고 갔어요. 그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랍니다.
🔗 오늘의 씨앗 같은 보시, 내일의 숲이 되어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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