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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소개

첫사랑의 설렘과 아련함, 영화 '건축학개론'이 남긴 이야기! 등장인물, 줄거리, 흥미로운 사실들과 뒷이야기

by K-Movie 아카이브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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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감독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주연의 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터
이용주 감독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주연의 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터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보고 간만에 너무나 만족했던 영화 "건축학개론". 나의 대학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면서 그 당시 내가 가졌었던 풋풋하고 순수했던 이성에 대한 감정들도 다시금 기억나게 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정적인 면에서는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쉽게 받기도 하고 자주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했기에 마음이 많이 무디어진 지금이 속은 훨씬 편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마음이 많이 무디어진 것이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지만 그만큼 감정적인 소모를 덜해도 되기에 지금이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요?

 

영화 "건축학개론" 은 2012년 3월 22일 개봉한 대한민국 멜로 영화로, 첫사랑의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연출을 맡은 이용주 감독은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과 현실적인 건축학적 디테일을 가미해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가 주연을 맡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습니다. 118분의 러닝타임 동안,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웠던 승민과 서연이 15년 만에 다시 만나 집을 짓는 과정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되새기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국내에서는 순수 멜로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총 4,112,23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음악과 영상미, 세밀한 시대 고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납뜩이’ 역할을 맡은 조정석의 대사는 개봉 이후 큰 유행을 불러일으키며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해외에서도 감성적인 연출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일본에서는 2013년 5월 13일 개봉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영화 속 OST로 삽입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작품의 감성을 더욱 극대화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등장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등장인물

현재 승민 (엄태웅 분)
35세의 건축가. 대학교 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첫사랑 서연과의 추억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DOA’라는 건설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약혼자 은채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15년 만에 서연이 찾아와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그의 감정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무심한 척,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깨닫게 됩니다. 오랜 시간 간직해 온 CD 플레이어와 전람회의 음악은 그가 여전히 첫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현재 서연 (한가인 분)
승민의 첫사랑이자 현재 35세. 대학 졸업 후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다 의사 남편과 결혼했지만, 결국 이혼을 하게 됩니다. 아픈 아버지를 위해 제주도에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15년 만에 승민을 찾아갑니다. 과거의 감정을 완전히 잊은 듯 보이지만, 승민과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다시금 추억과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여전히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여린 모습 속에서도 강한 내면을 가진 인물입니다.

 

과거 승민 (이제훈 분)
20살의 건축학과 대학생. 숫기가 없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서연을 만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갑니다.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서연과 함께 과제를 하면서 가까워지고, 그녀에게 서툰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지만, 작은 오해가 쌓이면서 결국 고백도 해보지 못한 채 멀어지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어머니와 함께 순대 국밥집 위층에서 생활하며 건축가의 꿈을 키워갑니다. 전람회의 CD를 들으며 서연을 생각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끝내 전하지 못한 채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과거 서연 (수지 분)
20살의 음대생. 제주도 출신으로, 특기생으로 서울의 대학에 입학하여 상경했습니다. 호기심 많고 밝은 성격을 가졌으며, 아름다운 미모로 학과 선배 재욱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승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그에게 끌리게 되고, 승민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의 어색하고 서툰 행동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날 밤, 종강 파티에서 술에 취한 채 선배의 차를 타고 떠나고, 그 모습을 본 승민과의 관계는 오해 속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납뜩이 (조정석 분)
승민의 절친이자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 늘 승민의 연애 고민 상담을 해주며,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솜씨로 분위기를 이끄는 인물입니다. ‘다 컸어, 잘 컸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어 줍니다. 진지한 순간에도 특유의 입담을 놓치지 않으며, 승민이 서연과 가까워지도록 응원하지만, 결국 친구의 첫사랑이 깨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은 영화 전반에 걸쳐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재욱 선배 (유연석 분)
승민이 다니던 대학교의 건축과 선배이자, 서연이 속한 교내 방송부의 PD. 서연을 향한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승민에게 위기감을 안겨주는 인물입니다. 부유한 배경과 여유로운 태도로 서연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곁에 머물게 만들지만, 결국 종강 파티에서 술 취한 서연을 자신의 차에 태워 가버리는 장면으로 인해 승민과 서연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어긋나게 만듭니다.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유연석을 ‘국민 빌런’으로 만든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은채 (고준희 분)
현재 승민의 약혼자. 승민과 같은 건설사에서 근무하며, 세련된 외모와 당당한 성격을 지닌 인물입니다. 서연이 승민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듯하지만, 은연중에 서연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승민과 함께 있는 서연 앞에서 "첫사랑이 썅년이라고.."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서연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승민 모 (김동주 분)
승민의 어머니로, 시장에서 순대 국밥집을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워왔습니다. 아들의 미래를 누구보다 걱정하며 아끼고 모은 돈을 결혼을 앞둔 승민에게 건네는 따뜻한 모정을 보여줍니다.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승민의 성격과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서연 부 (이승호 분)
서연의 아버지이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 남은 생을 제주도의 집에서 보내고자 하는 바람으로 인해 서연이 승민을 찾아와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많은 대사가 있지는 않지만, 그의 존재는 서연의 감정을 흔들고, 영화의 스토리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줄거리

서울의 한 대학교, 건축학개론 강의실에서 20살의 이승민(이제훈 분)은 그녀를 처음 만납니다. 밝은 미소를 가진 양서연(수지 분). 건축과 신입생인 승민은 음악을 전공하는 서연을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깁니다. 첫인상부터 설레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서툴렀습니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감정이 싹텄습니다.

서연은 교내 방송국에서 활동하는 재욱 선배(유연석 분)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승민과의 시간은 점점 특별해져 갔습니다. 함께 과제를 하며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 그녀가 건넨 사소한 한마디에 승민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라고 묻던 그녀의 말에 승민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신의 꿈과 미래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승민은 서툴렀고, 표현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종강 파티 날, 술에 취한 서연을 데려다주던 재욱 선배를 멀리서 바라보는 승민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수없이 많은 말을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서연을 보내고 맙니다. 그리고 작은 오해 하나가 쌓여 두 사람은 결국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15년이 흐른 후, 서연(한가인 분)은 승민(엄태웅 분)을 다시 찾아옵니다. 이제는 성공한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나타난 그녀는 자신을 위해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합니다. 뜻밖의 재회에 당황하면서도 승민은 결국 서연의 집을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함께 집을 짓는 과정에서 묻어두었던 감정이 다시 피어오릅니다. 서연이 옛 추억이 담긴 CD 플레이어를 건네받으며 "이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라고 묻는 순간, 승민은 15년 전, 그녀가 놓고 간 그 물건을 단 한 번도 버리지 못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잔인했습니다. 과거를 다시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서연은 이미 아픈 과거를 지닌 채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었고, 승민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흔들립니다. 그렇게 집이 완성될 무렵, 승민은 묵묵히 그녀에게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CD를 돌려줍니다. 서연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한마디였습니다. “잘 지내.”

승민은 제주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남긴 집을 바라봅니다. 오랫동안 그가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그 집’이 현실이 되었지만, 정작 그는 그곳에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승민은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그렇게, 첫사랑의 집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도, 그렇게 완성되지 못한 채 한 편의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미로운 사실들과 뒷이야기

영화 속에서 승민과 서연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사실 이 작품과 깊은 연관을 가진 노래라는 점입니다. 이 곡을 부른 전람회의 멤버 김동률과 서동욱은 실제로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출신이며, 감독 역시 같은 전공을 공부했기에 이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는 것은 운명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조연 캐릭터인 "납뜩이"(조정석 분)는 영화 개봉 후 엄청난 인기를 끌며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납득이 안 가잖아, 납득이!"라는 대사는 많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이를 연기한 조정석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대중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조정석은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체중을 7kg 늘리며 연기에 몰입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요 촬영지 중에서 가장 유명해진 곳은 제주도의 "서연의 집"입니다. 영화 개봉 후 많은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며, 처음에는 세트장으로 제작되었지만 이후 명필름에서 실제 건물을 다시 짓고, "카페 서연의 집"이라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도 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이 영화의 캐스팅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승민 역할을 맡을 배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원빈, 현빈, 장동건 같은 톱스타들에게도 제안이 갔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순수 멜로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틀린 예측이 되었습니다. 결국 승민 역은 엄태웅이 맡게 되었고, 서연 역에는 한가인이 캐스팅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고민은 젊은 시절 서연을 연기할 배우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신인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았으나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려웠고, 최종적으로 수지가 캐스팅되며 충무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수지에게 특별한 연기 지도를 하지 않고, 최대한 그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살리는 방식으로 연출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은 1996년으로 설정되었으며, 이를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감독은 소품과 의상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서연이 들고 다니던 CD 플레이어는 소니 디스크맨 D-777 모델로, 1995년에 출시된 최신 기기였습니다. 또한 서연이 CD 플레이어에 붙여둔 "SEOYEUN" 스티커는 당시 한국에서 유행했던 "다이모 라벨기"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고증은 아니었습니다. 서연이 신고 다닌 플랫슈즈는 2000년대 후반에 유행한 스타일이며, 90년대 중반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아이템입니다. 또한 서연의 자취방 앞 골목길에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 표시가 있었는데, 이 제도는 실제로 1997년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1996년이 배경인 영화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 영화를 보고 한 번쯤 멈춰 서서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건축학개론"은 단순히 첫사랑의 기억을 회상하는 영화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나간 사랑은 한때 뜨거웠지만 결국 조용히 사라지고, 우리는 그것을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갑니다. 승민과 서연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아련한 감정은 우리 가슴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듯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현실적인 공감과 디테일에 있습니다. 1990년대의 풍경,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그리고 다소 투박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대사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첫사랑이란 그렇게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며, 때로는 미완성으로 남아야만 더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이를 애써 정리하려 하지 않고, 열린 결말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꺼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첫사랑의 기억만큼은 그 시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였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흔적이기도 합니다. "건축학개론"은 바로 그 점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며,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나요? 혹시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말하지 못했던 그때의 감정이 있지는 않나요? 그 감정이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따뜻할지라도, 분명한 것은 그것이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첫사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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