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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엑소시스트, 금서가 된 이유는? 고전소설 <설공찬전>의 충격적 진실

by K-Movie 아카이브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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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엑소시스트 <설공찬전>의 가상 이미지

 

고전소설 <설공찬전>, 조선판 엑소시스트의 탄생

 

아마도 옛날 지나간 것들은 다 시시하고 한물간 것으로 치부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아마 이 소설의 내용을 아시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리라 확신합니다. 한국 고전소설 가운데에서도 유독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작품, 바로 조선 중종 시기 채수가 집필한 <설공찬전>입니다. 이 작품은 유교적 가치가 지배적이었던 조선 사회에서 이례적으로 무속과 도교, 불교의 요소를 과감하게 결합해 괴담의 형식을 빌린 고전소설로,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조선판 엑소시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이 작품은 단순히 귀신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사회의 권력 구조와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어,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 사회비판의 문학으로 평가받습니다. 설공찬이라는 인물이 죽은 후 빙의 현상으로 되살아나 사촌동생의 몸을 괴롭히며 저승의 세계를 전하는 구조는 서양의 퇴마 서사와도 흡사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설공찬전>은 조선시대의 사대부 집안, 가문과 혈연, 정통성과 반정에 대한 은유, 죽음 이후의 세계관까지 더해지며 깊은 상징성을 지닌 작품으로 거듭납니다. 오랜 세월 금서로 지정되어 숨겨졌던 이 작품은, 채수가 직접 생명을 불어넣은 시대의 증언이자 우리 문학사에서 매우 귀중한 문화적 기록입니다. 본 글에서는 <설공찬전>의 서사 구조, 등장인물의 상징성, 그리고 금서가 된 배경을 중심으로 이 작품이 지닌 다층적인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죽은 자가 전하는 저승의 경고… 고전소설 <설공찬전> 줄거리 완벽 해설

 

전라북도 순창이라는 조용한 고을에 설충란이라는 사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두 남매를 두었는데, 딸은 시집을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들 설공찬 또한 스무 살이 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한 채 병을 앓다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둘이나 먼저 보내야 했던 그 마음은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설공찬이 죽은 후 시작됩니다. 어린 나이에 눈을 감은 두 남매는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돌며 구천을 헤매게 됩니다. 그들의 원혼은 생전에 하지 못했던 말, 누리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애달픔을 안고 가족을 향해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설충란의 동생 설충수의 아들, 즉 설공찬의 사촌동생 설공침이 뒷간에 다녀온 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말투가 달라지고, 눈빛이 낯설어지고, 손짓까지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귀신에 들렸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집안은 혼란에 휩싸입니다. 처음 설공침의 몸을 차지한 것은 설공찬의 누나였습니다. 그녀는 병약했던 생전처럼 빙의된 상태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합니다. “내 동생 공찬이를 데려오겠다.” 그리고 곧이어 정말로 설공찬의 혼령이 사촌동생의 몸을 찾아옵니다. 설공찬은 설공침의 몸속에서 온갖 말을 쏟아내며 가족들을 조롱하고 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 설충수가 설공침에게 “왜 왼손으로 밥을 먹느냐”고 묻자, 설공찬의 혼령은 “저승에서는 모두 왼손으로 밥을 먹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적인 표현이었습니다. 그 순간 사람들은 확신하게 됩니다. 설공찬은 이승의 질서를 넘어선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의 말은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갔고, 그가 전하는 저승의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을 넘어서, 이승의 정치와 권력, 정의와 죄악에 대한 거울이 되어 돌아옵니다. “이승에서 충신이면 저승에서도 높은 벼슬을 하고, 임금이었다 하더라도 반역자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동시에 당시 권력층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결국 그의 아버지 설충수는 무당 김석산을 다시 불러 퇴마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설공찬의 혼령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아들의 몸을 마구 뒤틀며 마지막까지 저항합니다. 설충수는 두려움에 떨며 “다시는 김석산을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서야 설공찬은 잠시 모습을 감춥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설공침의 입을 빌려 자신이 본 저승의 모습을 자세히 전해줍니다. 그 세계는 단월국이라 불리는 바닷가 건너 나라였고, 그곳의 왕은 비사문천왕이었습니다. 그 나라의 질서는 이승과 다르지 않았고, 어진 자는 귀하게, 악한 자는 벌을 받는 법이었습니다. 이처럼 <설공찬전>의 줄거리는 단순한 귀신의 등장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억울함과 욕망,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당대 사회의 질서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을 품은 서사로 읽히게 됩니다. 죽은 자의 목소리를 통해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에 진실을 던지는 이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을 한번 더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과도 같지 않을까요?

 

귀신 이야기인가? 정치 풍자인가? <설공찬전>이 품은 다층적 서사

 

<설공찬전>은 단순히 한 망자의 빙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조선 사대부 가문에서 발생한 기이한 빙의 현상을 다룬 퇴마 서사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이야기 속에는 당시 사회의 정치적 긴장과 도덕적 혼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설공찬은 20세의 나이로 요절한 뒤 혼령이 되어 사촌동생의 몸에 빙의합니다. 그의 누이 역시 일찍 병사한 뒤 함께 빙의에 가세하지요. 이들이 등장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귀신 이야기의 틀을 따르지만, 문제는 이 혼령들이 무작정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빙의된 몸을 통해 저승 세계에 대한 증언을 남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이야기의 중심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신분과 정치의 문제로 향하게 됩니다. 설공찬의 입을 빌려 전해지는 저승의 이야기에는 "이승에서 충신이면 저승에서도 높은 벼슬을 하고, 반역자는 아무리 왕이라 해도 지옥에 떨어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당시 조선을 지배하던 중종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가 채수는 중종반정에 참여한 인물이었지만, 이후 중종의 무능과 반정공신들의 탐욕에 실망하여 낙향했고, 이 작품을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설공찬전>은 그저 무서운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죽은 자들의 입을 빌려 산 자들의 세상을 고발하는 이 구조는, 마치 사후 세계를 통해 이승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메타포처럼 읽힙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 고전문학에서 보기 드문 정치 풍자 소설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설공찬은 왜 사촌동생을 괴롭혔을까? 빙의와 원혼의 심리학

 

설공찬은 장가도 들지 못하고 병으로 요절한 인물입니다. 조선시대 기준으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생전에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떠났고, 이승에 대한 미련과 한을 품은 채 구천을 떠돕니다. 그런데 그의 혼령이 향한 대상은 아무 죄도 없는 사촌동생 설공침이었습니다. 과연 왜 설공찬은 자신의 사촌을 괴롭혔을까요? 이를 단순히 빙의의 공포로만 읽기보다는, 당대의 심리적 구조와 가족 간 갈등, 그리고 당사자의 억울함과 욕망의 발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 설공찬은 무작정 원한을 품은 원귀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풀고 싶어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간절함을 지닌 인물입니다. 생전에 누리지 못한 결혼, 사회적 성취, 가족 내의 위치 등을 사후에라도 드러내고자 하는 일종의 ‘사후 욕망’이 빙의라는 형식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설공찬이 사촌의 몸을 빌려 말하는 저승 이야기에서조차 권력과 서열, 정당성에 대한 언급이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퇴마소설이 아닌, 권위와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서사로도 읽힙니다. 또한, 설공찬의 누나 역시 빙의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아, 이 남매는 생전에 사회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던 계층, 혹은 인물군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시대적 억압과 봉건적 가족 질서에 대한 은유로 작용합니다. 결국 설공찬의 빙의는 단순한 저주의 행위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배제된 자들이 남긴 절절한 외침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서가 된 이유는? 조선 사회를 뒤흔든 한 문장의 파장

 

<설공찬전>이 단순한 괴담으로 여겨졌다면, 아마 이토록 오랜 시간 금서로 지정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작품이 당대 조선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저승의 법도를 빌려 이승의 정치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문장은 바로 "이승에서는 임금이었다 해도 반역자는 지옥에 간다"는 대목입니다. 이 말은 명백히 조선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표현이었고, 특히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편한 서술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채수는 중종반정에 참여하여 공신이 되었지만, 반정 이후 권력을 쥔 세력들의 부패와 탐욕에 환멸을 느껴 낙향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분노의 감정이 <설공찬전>이라는 형식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정치 권력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반정공신들의 위선을 고발한 이 작품은 곧바로 조정의 눈밖에 나게 되었고, 결국 금서로 지정되어 불태워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서사의 구조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당대 독자들에게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문학적 표현을 용인하지만, 유교적 통치 질서를 중시하던 당시로서는 큰 반역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설공찬전>은 가문의 족보까지 실명으로 언급하면서 실제 인물들을 소설 속에 녹여냈기 때문에,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흐리며 독자들에게 강한 사실감을 부여했습니다. 이러한 진실성은 독자에게는 매혹이었지만, 지배층에게는 곧바로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이 작품이 금서가 된 것은 그 문학성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 ‘진실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억압된 목소리의 귀환, <설공찬전>이 던지는 울림

 

<설공찬전>은 단지 귀신이 등장하는 괴기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억눌린 자들의 목소리, 시대의 그늘에 가려졌던 진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한 문인의 고뇌가 문장마다 녹아든 귀중한 기록입니다. 채수가 <설공찬전>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단순한 퇴마 서사나 공포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죽은 자의 입을 빌려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에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정의란 무엇이며, 권력은 정당한가?”, “억울한 자들은 어디서라도 말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 말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설공찬전>은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있고 살아 숨쉬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진실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이처럼 <설공찬전>은 단순한 고전소설을 넘어, 사람의 감정과 시대의 비판, 그리고 문학의 힘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부디 이 작품을 통해, 사라지고 잊혀졌던 선조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진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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