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영화 <1987> 리뷰 1에 이어서 이번 리뷰 2에서는 바로 줄거리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줄거리
프롤로그
1987년, 대한민국.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멈추자 Badenweiler Marsch가 울리며 대한뉴스가 시작됩니다. 대한뉴스 속에서는 당시 대통령 전두환이 신년을 맞아 치안본부의 주요 인물들을 치하하는 장면이 나오고, 운동권을 간첩과 연계하여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내용이 흘러나옵니다.
그 순간,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사건
경찰이 고문하던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여진구 분)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합니다. 박종철을 심문하던 공안 형사 조한경(박희순 분)과 강진규(박지홍 분)는 그를 물고문하며 정보를 캐내려 했지만, 박종철이 끝까지 버티던 중 사망에 이릅니다. 담당 의사 오연상을 급히 불러와 사망을 확인하지만, 경찰들은 상황을 은폐하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대공수사처장 박처원(김윤석 분)은 임진각에서 제사를 지내던 도중 부하에게 연락을 받고 급히 남영동으로 이동합니다. 박처원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부검 없이 시신을 화장할 것을 지시합니다. 이후 그는 안기부 부장 장 부장(문성근 분)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을 간첩으로 몰아 김영삼, 김대중 등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반전됩니다.
검찰의 개입 – 최환 검사의 결단
공안부 검사 최환(하정우 분)은 치안본부가 제출한 박종철의 사망 경위서에 의문을 품습니다. 경찰들은 시신을 화장하려고 하지만, 최환은 이를 거부하고 시신보존명령서를 발부합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안당국과의 마찰을 피하라는 압박이 들어오지만, 최환은 이에 굴하지 않고 언론에 정보를 흘려 사건을 공론화하려 합니다.
최환 검사는 후배 검사 이홍규(서현우 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홍규 검사는 중앙일보 기자 신성호(이신성 분)를 만나 정보를 흘리고, 결국 동아일보 기자 윤상삼(이희준 분)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다
동아일보는 경찰의 거짓 발표를 반박하는 기사를 내고, 기자회견장에서 강민창 치안본부장(우현 분)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에 납득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입니다.
부검을 막으려던 경찰과 검찰이 대립하는 가운데, 최환 검사는 박처원에게 직접 맞서 부검을 강행합니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황적준 박사(김승훈 분)가 박종철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물고문 중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결론이 내려집니다.
민주화운동으로 확산되는 사건
박종철의 고문치사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학가와 시민들은 분노합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박종철의 부모 박정기(김종수 분)와 어머니 정차순(김혜정 분)은 시신을 확인하고 오열합니다. 경찰은 박종철의 시신을 급히 화장하려 했지만, 결국 언론과 검찰의 개입으로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한편, 교도소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분)은 수감 중이던 민주화운동가 이부영(김의성 분)에게 경찰들이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립니다. 또한 한병용의 조카 연희(김태리 분)는 삼촌의 부탁으로 민주화운동가 김정남(설경구 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점점 운동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김정남 체포 작전과 명동성당 폭로
한편, 경찰은 민주화운동 세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김정남을 체포하려 합니다. 공안당국은 그를 잡기 위해 재야인사들을 미끼로 사용하고, 결국 김정남은 향림교회에서 체포 직전까지 몰립니다. 하지만 그는 간신히 도망쳐 명동성당으로 피신합니다.
1987년 5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종철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립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박종철을 고문한 경찰은 2명이 아닌 5명이며,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다"고 폭로합니다.
이 소식이 전국으로 퍼지자,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합니다.
6월 항쟁의 시작과 결말
박처원과 그의 부하들은 증거를 인멸하려 하지만, 이미 진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그들의 시도는 무의미했습니다. 검찰은 박처원과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이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최환 검사는 이들을 보며 "반가운 얼굴들이네. 변호사 필요하면 연락하라고."라며 비꼽니다.
한편, 연희는 길거리에서 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강동원 분)의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연희는 결국 광장으로 나가 시위에 참여하게 되고,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6월 항쟁의 물결이 펼쳐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에필로그 – 민주화의 씨앗이 되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과 함께 故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의 실제 사진과 6월 항쟁의 기록 영상이 흐릅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독재에 맞섰던 그날의 역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1987년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를 조명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값진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국내외 반응 및 평가, 수상내역
1987년,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다룬 영화 <1987>은 개봉 직후부터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장준환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가 결합해, 그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듯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국내 반응과 흥행
영화 1987은 개봉 초기에는 경쟁작 '신과 함께-죄와 벌'과 '강철비' 등의 영향으로 다소 밀리는 듯했으나,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했습니다.
- 개봉 첫 주 관객수: 328,794명 (박스오피스 2위)
- 100만 돌파: 개봉 4일차 (변호인, 국제시장과 동일한 속도)
- 200만 돌파: 개봉 6일차 (좌석 점유율이 신과 함께를 추월)
- 400만 돌파: 개봉 12일차 (손익분기점 초과)
- 700만 돌파: 개봉 33일차
- 최종 관객수: 720만 명
경쟁작들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영화 <1987>은 ‘입소문 흥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특히 개봉 이후에도 스크린 수와 관객 수가 증가하는 역주행 현상을 보이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7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국외 반응
영화 <1987>은 해외에서도 깊은 감동과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순간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달했다는 점이 해외 평론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 북미 개봉: 2017년 12월 29일, 제한적 상영
- 대만 개봉: 2018년 1월 12일 (사회적 공감대 형성)
- 홍콩 개봉: 2018년 3월 1일 (역권공민이라는 부제로 개봉)
- 일본 개봉: 2018년 9월 8일 (1987, 어떤 투쟁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
특히 대만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겪었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깊은 공감을 얻었으며, 홍콩에서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에 이어 ‘역권(逆權) 시리즈’로 불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투쟁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끌었고,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론가 및 관객 평가
영화 <1987>은 국내외 평단에서 극찬을 받으며 높은 평점을 기록했습니다. 현실의 비극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연출,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사실적인 시대 고증이 특히 돋보였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 네이버 평점: 기자 및 평론가 8.08 / 10, 관람객 9.32 / 10, 네티즌 9.23 / 10
- 다음 평점: 9.5 / 10
- CGV 지수: 99%
- 메가박스 평점: 9.3 / 10
- IMDb 평점: 7.8 / 10
- 로튼 토마토 신선도: 82% (관객 점수 94%)
- Letterboxd 평점: 3.9 / 5.0
- 키노라이츠 지수: 95.04%
- 왓챠피디아 평점: 4.1 / 5.0
특히 국내 평론가들은 영화의 역사적 의미와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1987년의 현실을 마치 스릴러처럼 전개하는 연출 방식이 탁월했다고 호평했습니다. 이용철 평론가는 "그 시간의 의인들과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며 별 4개를 부여했고, 황진미 평론가는 "역사적 사건을 정조준하며 본질에 육박하는 힘!"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수상 내역
1987은 대한민국 주요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휩쓸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김윤석), 촬영조명상
- 백상예술대상: 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김윤석), 남자 조연상(박희순), 시나리오상
- 대종상: 감독상(장준환), 기획상
-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음악상, 영평11선 선정
- 부일영화상: 촬영상
-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감독상(장준환), 올해의 각본상, 올해의 특별언급
- 황금촬영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 뉴욕아시아영화제: 아시아스타상(김윤석)
- 파리한국영화제: 작품상
이처럼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2017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사실들
배우들의 강력한 참여 의지
1987은 많은 배우들이 단역이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한 영화입니다. 배우 우현, 정인기, 오달수, 조우진 등은 직접 감독에게 연락해 캐스팅을 요청했고, 심지어 김윤석과 오달수는 실제 박종철의 고등학교 후배였습니다. 또한 문성근은 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에서 연설한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 이 영화에 특별한 의미를 더했습니다.
실제 민주화운동 경험이 있는 배우들
배우 우현은 6월 민주항쟁 당시 우상호와 함께 시위를 주도하며 미국 시사지에 얼굴이 실릴 정도로 민주화 운동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영화 속에서 독재정권의 고위 경찰로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한 동시에, 배우로서의 도전이었습니다.
영화 속 사투리의 숨은 의미
김윤석이 연기한 박처원은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설정되어 있으며, 평안도 사투리를 씁니다. 이는 그가 월남한 실향민 출신이며, 북한에 대한 증오심이 강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또한, 영화 속 그의 부하 경찰들도 종종 평안도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이는 남영동 대공분실 내에서 그의 권력이 절대적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제 역사와 영화의 차이
영화에서 박처원은 전두환에게 버림받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박처원은 1996년 사건 축소 및 은폐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고문 경찰관들을 지원하는 등 ‘대부’ 노릇을 하다가 2008년 사망했습니다.
‘탁 치니 억’ 대사의 진짜 이야기
박처원이 기자회견에서 남긴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대사는 영화에서도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합니다. 이 대사는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발언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박처원이 한 말입니다. 김윤석은 이 대사를 연기하며 너무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고, 그 순간 "어?"라는 애드리브가 나왔는데, 이것이 더욱 실감 나는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연희는 실제 인물이 아니다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영화에서 유일한 가공의 인물입니다. 그녀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평범한 대학생이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도 민주화운동가들의 활동을 도운 여성들이 많았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반영하기 위해 창작된 인물입니다.
마지막 버스 위의 문소리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버스 위에서 선창을 하는 인물은 배우 문소리입니다. 그녀는 이 장면에서 특별출연을 했으며, 민주화운동의 열기를 살리기 위해 보조출연자들의 연기 지도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녀 역시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요청한 배우 중 한 명이었습니다.
부검 장면의 숨겨진 디테일
영화 속 부검 장면에서 박종철의 삼촌이 경찰들에게 맞서며 "경찰이 죽였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당시 박종철의 삼촌 박월길은 부검 결과를 듣고 분노하며 기자들에게 진실을 폭로했고, 이는 사건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배우 설경구와 강동원의 상징적 출연
설경구는 민주화운동가 김정남 역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배우로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과거 영화 박하사탕에서 고문 경찰을 연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강동원이 연기한 ‘잘생긴 남학생’은 이한열 열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운동화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을 때, 그의 운동화가 현장에 남아있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실제 고문 경찰들의 최후
영화에서는 박처원의 부하 경찰들이 일부 처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제로는 가담한 경찰들 대부분이 이후에도 경찰 조직에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박종철을 고문한 조한경, 강진규는 각각 3년과 5년의 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는 그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었습니다.
마무리 - 그날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영화 <1987>은 단순한 시대극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유효한 이야기이며,
그날의 희생이 오늘의 자유를 만들었음을 기억하게 하는 거대한 메아리입니다.
한 청년의 죽음이 거대한 도화선이 되어, 침묵하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고,
억압에 맞서 함께 외쳤던 함성이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1987년의 그날들 속에서 누군가는 진실을 지키려 했고, 누군가는 진실을 묻으려 했으며,
누군가는 망설이던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 6월 항쟁의 물결 속에서 연희가 결국 버스 위로 올라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그날, 거리에 나선 수많은 연희들이 있었고,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도 바로 그날의 선택들 덕분이라는 것을.
영화 <1987>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 속에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준비가 되었는가?
그날의 함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유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여 있으며, 그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그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응답일 것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1987년의 이야기."
그들은 세상을 바꾸었고, 우리는 그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