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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환하게 빛나는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스무 살일까요, 서른일까요, 아니면 한창 일하던 마흔과 쉰 무렵일까요?
오늘 만나볼 사람은 예순셋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의 박수를 받은 철학자입니다. 이름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예요. 어디선가 쇼펜하우어에 대해 '염세주의자', 그러니까 세상을 어둡게만 바라본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에게 붙은 이 꼬리표가 절반쯤은 빗나갔다는 걸 알수 있게 된답니다.

쇼펜하우어는 1788년 2월 22일, 항구 도시 단치히(오늘날 폴란드의 그단스크)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다섯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함부르크로 옮겨 자랐고, 아버지는 아들이 장사를 이어받기를 바라서 한동안 상인 수업을 시켰어요. 그러다가 그의 삶의 길이 바뀐 건 1805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그토록 꿈꾸던 학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1811년 베를린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고, 1813년에는 바이마르에서 문호 괴테와 색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워졌습니다. 1816년부터 3년에 걸쳐 쓴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1819년에 세상에 나왔지요.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세상은 저마다의 눈에 비친 모습일 뿐이고, 그 뒤편에서는 "더 갖고 싶다, 더 하고 싶다"는 끝없는 바람이 우리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쉬지 않고 돌아가는 엔진처럼요. 그리고 바로 그 바람이 삶의 괴로움의 뿌리이기도 하다고 그는 보았어요.
정작 세상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베를린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었을 때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였던 헤겔과 일부러 같은 시간에 수업을 열었다가 수강생이 사실상 모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학계와 거리를 둔 채 은둔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지만, 자신의 생각이 언젠가는 인정받으리라는 믿음만큼은 놓지 않았어요.

그는 1839년에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라는 현상 논문으로 노르웨이 왕립학회의 상을 받았습니다. 진짜 전환점은 1851년에 출간한 『소품과 부록』이었어요. 삶의 지혜를 담은 짧은 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었고,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에야 일약 국제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나이 예순셋의 일이었지요. 그리고 그는 1860년 9월 21일, 폐렴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일흔둘의 나이로 생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니체, 프로이트, 톨스토이 같은 거장들이 그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늦게 피었어도 그가 피운 꽃은 참 오래 향기를 남긴 셈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어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쓴 강용수 교수는 쇼펜하우어를 비관에 빠진 사람이라기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합니다.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서 70대까지 살았고, 웃음이 많았으며, 반려견 아트만과 산책하는 걸 즐겼다고 해요.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라고 말한 철학자가 어떻게 그토록 알뜰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 속에는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분에게 특히 더 소중한 덕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 첫 번째 덕목, 몸을 먼저 챙기고 '내 안의 즐거움'을 키우세요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나 자신', 그러니까 건강과 기질, 지혜 같은 것들이에요. 둘째는 '내가 가진 것', 곧 재산이고요. 셋째는 '남에게 비치는 모습', 즉 명예와 평판입니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첫 번째 '나 자신' 이었어요. 돈이나 이름은 바깥에서 왔다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은 평생 나와 함께 가는 밑천이니까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목차에도 '행복의 90퍼센트는 건강에 좌우된다'는 제목이 올라 있을 정도입니다. 어떤 행복을 얻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희생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는 말도 남겼다고 해요.

그렇다면 몸은 어떻게 돌봤을까요? 거창한 비법은 없었어요. 반려견 아트만과 함께하는 산책이 건강관리의 중심이었지요. 그는 나무가 바람을 맞아야 튼튼하게 자라듯 사람도 몸을 움직여야 건강해진다고 보았습니다. 예순 언저리가 되면 무릎이며 허리며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잖아요. 그럴수록 몸을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가장 든든한 건강 투자라는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몸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의 곳간이에요. 쇼펜하우어는 즐거움의 원천을 자기 안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보았습니다. 독서와 음악 같은 예술, 글쓰기를 가까이했던 그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는 생각이지요. 그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큰 유산을 받고도 순식간에 탕진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속이 비어서 생기는 권태에서 찾았는데, 곱씹어 볼 만한 대목입니다.
일에서 한 발 물러서면 남는 것은 시간이잖아요. 그 긴 시간을 채워 주는 힘은 통장 잔고보다 나만의 취미와 읽을거리에서 나온다는 말이겠지요. 읽고 싶던 책 한 권, 배워 보고 싶던 악기 하나를 이번 가을에 꺼내 보시면 어떨까요?
🦔 두 번째 덕목, 고슴도치처럼 '따뜻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지키세요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 여러 마리가 온기를 나누려고 서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너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너무 떨어지면 춥지요. 쇼펜하우어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로 이 고슴도치에 빗대었어요. 가시를 눕히고 얼굴을 맞대되 서로 찔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찾아야 상처받지 않고 오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녀와 배우자, 오랜 친구와의 사이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정이 없을 때가 아니라 정이 깊어서 기대가 커질 때잖아요. "그만큼 해 줬는데"라는 서운함은 가까운 사이에서 자라나는 가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따뜻하게 두되 기대는 한 뼘만 내려놓아 보세요. 관계가 놀랄 만큼 편안해지실 거예요.
혼자 있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쇼펜하우어는 마음의 평화가 오직 자신의 고독 안에서 생긴다고 보았고, 고독을 피하지 말고 독서와 산책과 취미로 견디면서 즐기라고 권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누구와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자녀가 독립하고 직장의 명함이 사라지는 나이에 이 연습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을 내가 선택해서 채우면 그것은 쓸쓸함이 아니라 쉼이 됩니다.

또 하나,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품는 걱정과 두려움의 절반 정도가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서 나온다고 보았어요. 체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남 눈치 보느라 쓰고 싶은 돈도 못 쓰고 살다 보면 정작 나이 들어 가장 아쉬운 것이 그 순간들이라는 이야기를 강용수 교수의 인터뷰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노년에 가장 후회되는 일로 남 눈치를 보다가 원하던 것을 제대로 못 한 경험이 꼽힌다는 조사가 있다고 하니, 쇼펜하우어의 조언은 200년을 건너와 오늘날 우리 이야기가 되는 셈이지요.
남에게 호감을 얻으려 애쓰는 대신 내가 가진 장점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쪽이 훨씬 나은 삶의 태도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죠.
☀️ 세 번째 덕목, '덜 불행하게' 사는 법을 알고 '오늘'에 마음을 두세요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갖고 싶던 것이 채워지는 짧은 순간이 행복이고, 그 순간은 금세 지나가 늘 과거형으로 남는다는 거예요. 큰 행복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기대하면 기대한 만큼 실망하게 되니,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즐거움에 고마워하라는 조언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행복하게 산다'는 말의 본래 뜻이 '덜 불행하게', 곧 그럭저럭 견디며 산다는 것일 뿐이라고까지 이야기했어요. 처음 들으면 마음 한 편이 서늘해지는 듯 하지만 곱씹을수록 마음이 가벼워지는 말입니다. 완벽한 행복을 좇느라 지금의 평온을 놓치는 일이 없어지니까요.
그가 노년에 대해 남긴 이 한마디는 예순을 앞둔 분들께 특히 반갑게 다가올 거예요. 삶의 노고에서 벗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노년에는 위안이 된다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참 오래 달려왔잖아요. 자식 키우고, 일터를 지키고, 집안을 건사하느라 숨 돌릴 틈이 없던 세월 끝에 이제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는 때가 온 거지요. 『소품과 부록』에는 아예 '나이의 차이에 대하여'라는 장이 있어서 인생의 시기마다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차분히 짚어 준답니다.

여기에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지혜가 더해집니다. 가지면 더 갖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다 갖지도 못한다는 걸 그는 꿰뚫어 보았어요. 채우기 어렵다면 바라는 크기를 줄이라는 해법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오늘 하루만 놓고 연습을 해본다면 어떨까요?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에 마음을 쓰는 건 이 세상 동물들 중 오직 사람뿐이고, 우리 스스로 인생을 가치 있게 살 수 있는 시간은 결국 오늘뿐이라고 쇼펜하우어는 강조했습니다. 오랜 세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예순셋에야 빛을 본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이제 늦었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표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시계는 생각보다 훨씬 느긋하게 흘러가니까요.

오늘 바로, 이 세 가지만 가볍게 해 보세요. 집 앞을 천천히 걸으며 내 자신의 몸에 인사를 건네고, 책 한 줄이든 음악 한 곡이든 나만의 즐거움을 하나 채우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기대 대신 안부를 건네는 겁니다.
쇼펜하우어라는 이 철학자가 200년 전에 건넨 이 소박한 숙제!!!
아마도 예순을 맞이하는 분의 이 가을을 한결 단단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 쇼펜하우어 사상의 해석은 번역자와 해설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이 글은 아래 자료를 바탕으로 쉽게 풀어 소개한 입문용 글입니다.
📚 참고한 자료
2. 나의 경기도(경기도 소식지) – 강용수 교수가 말하는 쇼펜하우어 인생론
3. 국회도서관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유노북스)
4. 교보문고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홍성광 옮김, 을유문화사)
5. 국회도서관 –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쇼펜하우어 소품집 (박제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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