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0대의 71%가 오세훈을 찍은 진짜 이유 — "말도 안 된다"고 넘기면 안 되는 것들
이미 지방 선거 결과가 나온 오늘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게는 아주 우울한 날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며 글을 써봅니다. 어제 2026년 6·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순간, 많은 사람들이 잠시 멈칫했을 겁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40대·50대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무려 71.1%가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거든요. "도대체 왜?"라는 물음이 SNS를 뒤덮었지요. 그런데 사실, 이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수십 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역사와 심리, 그리고 정보 환경의 총합이에요. 오늘은 그 불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겠습니다.
① 숫자부터 보자 — 71% vs 28%, 이 격차가 의미하는 것
2026년 6월 3일,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전체 결과는 정원오 51.4%, 오세훈 46.0%로 정 후보의 우세였어요. 그런데 연령별로 쪼개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70대 이상에서 오세훈 후보는 71.1%를 얻었고, 정원오 후보는 28.1%에 그쳤습니다. 무려 43%포인트 차이지요. 반면 50대에서는 정원오 후보가 60.7%로 압승을 거뒀고, 오세훈 후보는 37.9%였어요. 40대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70대는 왜 이렇게까지 한쪽으로 쏠렸을까요? "노인들은 원래 보수"라는 말로 퉁치기엔, 그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세대 효과, 정보 환경, 집단 심리, 그리고 생존의 기억까지 — 하나씩 풀어볼게요.
② "나이 들면 보수 된다"는 말은 틀렸다 — 세대 효과 vs 연령 효과
흔히 "나이 들수록 보수적이 된다"고들 하지요. 이걸 정치학에서는 연령 효과(age effect)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데이터를 보면 이 공식이 꽤 많이 깨지고 있어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 즉 민주화 세대가 이제 60대 초중반에 진입했고,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진보 성향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50대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당 지지층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70대 이상은 다릅니다. 이들은 세대 효과(cohort effect)가 훨씬 강하게 작동하는 집단이에요. 특정 역사적 사건을 함께 경험한 세대는 나이가 들어도 그 경험이 정치적 나침반이 됩니다. 그리고 현재 70대 이상, 즉 1956년 이전 출생자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렬한 체험을 한 분들이에요. 한국전쟁, 전후 극빈의 시절, 그리고 박정희 시대의 '한강의 기적'을요.
③ '산업화 보수'의 탄생 — 배고픔을 기억하는 세대의 정치학
지금의 70대 이상은 대부분 1950~1956년생 이전이에요. 이분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도 안 됐습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던 시절이지요. 그리고 이분들이 청년이 되던 1970년대, 나라는 눈에 띄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겼고, 공장이 세워졌고,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처음으로 체감한 세대예요.
그 경험의 중심에는 박정희 정권이 있었습니다. 물론 독재와 인권 탄압이라는 어두운 면도 분명 있었지요. 하지만 이분들은 그 시절을 '국가 주도 경제 성장의 시대'로 기억합니다. 그 강렬한 기억이 보수 정당에 대한 정서적 신뢰로 이어진 거예요. 시사저널 분석에 따르면 "70대 이상은 소위 '산업화 보수'로, 박정희 시절 고도성장을 경험한 이들은 그 향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향수는 단순히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우리를 먹여살린 것은 보수 정권이었다"는 생존의 기억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반쪽짜리 분석이에요. 이 세대의 정치 성향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축이 있습니다.
④ 반공 이념의 뿌리 — 전쟁을 '몸으로' 기억하는 분들
한국전쟁이 끝난 해가 1953년입니다. 지금의 75세 이상은 전쟁을 직접 겪은 분들이에요. 피란을 갔고, 가족을 잃었고, 북한군을 실제로 봤을 수도 있어요.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안보'는 선거 공약 중 하나가 아니라 삶의 근본 조건입니다.
이 점에서 오세훈 후보가 속한 국민의힘은 태생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반공·안보·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정체성 자체가 이 세대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거든요. 뉴스핌-리얼미터 조사에서도 "7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패턴이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충남·충북, 경남 7개 전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점이에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문제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분들은 어떤 후보가 "북한과 대화를"이라거나 "한미 동맹을 재검토해야"라는 발언을 하면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올라옵니다. 논리의 문제가 아니에요. 몸에 새겨진 기억이에요.
⑤ 정보 환경의 단절 — 유튜브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다른 세계'
여기서부터가 조금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중요한 부분이니까 솔직하게 짚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날 70대 이상이 정치 정보를 얻는 주요 채널은 지상파 TV와 유튜브입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한 번 보수 성향의 정치 채널을 보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이 비슷한 채널들을 계속 추천해요. 그 안에서는 확증 편향이 강화되고, 반대 의견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 결과, 자신이 보는 세계가 세상의 전부인 양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건 비단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대도, 40대도 알고리즘 버블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아요.
그런데 70대 이상에게는 이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있어요. 첫째, 팩트체크를 위해 다른 매체를 교차로 확인하는 습관이 상대적으로 덜 형성돼 있습니다. 둘째,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 정치 이야기를 나눌 때도 비슷한 연령대·성향의 분들과 주로 교류하게 됩니다. 경로당, 종교 모임, 지역 사회의 네트워크가 그렇게 이루어져 있거든요. 그 안에서 오가는 정보들이 서로 강화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속은 것"이라거나 "무지해서"라고 치부하면 안 됩니다. 그 정보 생태계 안에서 그분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한 거예요.
⑥ 변화의 조짐 — '고령층=보수'의 공식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공식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도 이미 데이터에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의 60대 초반, 즉 민주화 운동 세대가 70대로 넘어오는 앞으로 10년이 핵심이에요. 이번 6·3 지방선거는 역대 지방선거 중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선거였습니다. 60대 800만 명, 70세 이상 722만 명 — 합치면 전체 유권자의 34.1%예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번 선거에서 50대는 정원오 후보를 60.7%로 강하게 지지했습니다. 이 50대가 70대가 되는 2030~2040년에는 고령층의 정치 지형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예요. 갤럽코리아의 장기 데이터를 보면 70대 이상 내에서도 고학력자일수록 보수 성향이 강하고, 저학력 고령층, 특히 여성의 경우 상당수가 정치적 성향을 밝히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어요. 이 집단의 침묵이 선거 결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앞으로 주목해볼 부분이지요.
⑦ 결론 — "말도 안 된다"는 말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 봅시다. 서울시 70대 이상의 71%가 오세훈을 지지한 것,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의 선택에는 나름의 강고한 논리가 있어요. 한국전쟁의 생존 기억, 박정희 시대 경제 성장의 체험, 반공 이념으로 구조화된 세계관, 보수 편향 유튜브가 만들어낸 정보 환경,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관계망. 이 다섯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거예요.
우리가 정말 직시해야 할 것은, 이 현상을 "어리석음"이나 "교육 수준"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오히려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오만이에요. 지금의 70대 이상은 아무것도 없던 나라를 맨손으로 일으킨 세대예요. 그분들이 평생 형성한 신념과 가치관을 "틀렸다"고 단정하는 순간, 우리는 세대 간 대화의 문을 스스로 닫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싶어요. 70대 이상 유권자의 표심은 '사실'보다 '정서'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그 정서를 이용해 허위 정보나 극단적 프레임으로 표를 모으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 그건 어르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정치 세력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지요.
'고령층=보수'의 공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세대는 계속 바뀌고, 경험은 계속 축적됩니다. 지금 이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은 다음 세대, 다음 선거를 위한 가장 성실한 준비일 거예요.
📌 본 글은 2026년 6월 3일 실시된 6·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및 공개된 여론조사 데이터, 언론 분석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출구조사는 실제 개표 결과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및 출처
① 방송 3사 출구조사 세대별 분석 — 서울경제 (2026.06.03)
👉 https://www.sedaily.com/article/20051486
② 세대별 지지율 분석 — 인사이트 (2026.06.03)
👉 https://www.insight.co.kr/news/556880
③ 586의 60대 진입과 청년 보수화 — 머니투데이 (2026.06.03)
👉 https://www.mt.co.kr/politics/2026/06/03/2026060306460311118
④ 청년층 보수와 노년층 보수의 차이 분석 — 시사저널 (2026.05)
👉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73644
⑤ 갤럽코리아 연령·학력별 이념 성향 분석
👉 https://www.gallup.co.kr/gallupdb/columnContents.asp?seqNo=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