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6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이후 우리 증시는 전례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코스닥 자금은 고갈되고 코스피는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왜 당국이 시장의 우려를 무릅쓰고 이 상품을 급하게 도입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 배경을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봅니다.
1. 글로벌 자본시장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조급함'

당시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흐름에 맞춰 국내 증시의 상품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미국 등 선진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파생상품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증시의 역동성을 키우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명분이 강했습니다. 즉, 시장의 안정성보다 '상품의 다양성'을 통한 금융 시장의 고도화를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 투자자 선택권 확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명분

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가 활발한 종목에 대해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제도권 내로 수용하여, 이를 통해 증시 거래량을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시기상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의 수익성 개선과 시장 거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당국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3. 시장 변동성 통제에 대한 과신과 '오판'

가장 뼈아픈 부분입니다. 당국은 당시 증시의 기초 체력이 충분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되더라도 시장 전체에 미칠 변동성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레버리지 구조에 의한 수급 왜곡과 투기적 자금 쏠림 현상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코스닥 자금이 대형주 레버리지 상품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중소형주 시장의 붕괴를 초래했는데, 이러한 '나비효과'를 예측하지 못한 당국의 안일한 리스크 평가가 지금의 증시 불안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당시의 정책 결정은 시장의 구조적 안전장치보다는 '글로벌화'와 '거래 활성화'라는 단기적 목표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증시는 변동성 지수 VKOSPI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설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 등 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은 신규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이미 풀려버린 상품으로 인한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해당 상품의 상장폐지나 거래정지,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시장의 비명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